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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 주제에" 경비원에 폭행·협박…처벌 수위 이번엔 좀 다를까
  • 김민재 기자
  • 승인 2020.05.1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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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입주민의 폭행·폭언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근무한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아파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2020.5.1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경비 주제에, 내가 너 월급 주는데 머슴 주제에 내 말을 안듣느냐."

지난 10일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던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50대 경비원 A씨는 지난달 21일 이중 주차된 차량을 밀며 주차 공간을 마련했는데, 이때 나타난 입주민 B씨가 자신의 차량을 밀려는 A씨를 밀치면서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A씨를 밀치며 폭행하고 A씨는 고개를 숙이며 연신 사과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B씨는 이후에도 A씨가 근무하는 날 경비실에 찾아와 수차례 폭행해 코뼈를 골절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B씨는 이후 도리어 A씨에게 '머슴에게 맞아 넘어져 다쳤다. 수술비만 2000만원이 넘고 장애인등록이 된다. 돈많이 만들어 놓으셔야 할 것'이라는 문자를 보내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변호사도 샀으니 준비해라'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되는 폭행과 협박을 견디지 못한 A씨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고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북경찰서는 입주민 B씨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내렸으며 이번주에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구속영장 신청도 고려 중이다.

시민단체가 B씨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비난여론이 높아져 가는 가운데 법조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B씨에 대한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인정이 모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닮은 꼴'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사건…유족에 2500만원 배상판결

6년 전에도 A씨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사건'이다.

2014년 7월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원 이모씨는 근무기피지로 알려진 C동에 배치됐다. C동은 입주민 이모씨가 경비원을 괴롭히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소문대로 입주민 이씨는 경비원 이씨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폭언을 퍼부었고, 유효기간을 지난 음식물을 먹으라고 던져주는 등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

경비원 이씨는 C동 배치 한달여 만에 중증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이후 경비팀장 등에게 병가와 근무지 교체를 요구했으나 오히려 사직을 권유받았다.

2014년 10월, 아침부터 입주민 이씨에게 질책과 욕설을 들은 경비원 이씨는 이날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분신자살을 시도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한달 뒤 후유증으로 숨졌다.

2017년 3월 서울중앙지법 민사67단독 서봉조 판사는 이씨의 유족들이 입주민 이씨와 가해 입주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2500만원을 인정했다.

서 판사는 "이씨가 근무하는 동안 입주민 이씨로부터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우울증이 악화됐다"며 "회사는 근무기피지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이씨의 애로사항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신경써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입주민 이씨를 상대로도 소송을 냈는데, 이씨는 조정 절차에서 2500만원을 배상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수용해 조정이 확정됐다.

서 판사는 "이 사고는 입주민 이씨의 위법한 가해행위와 관리회사의 보호의무위반으로 인한 과실이 합쳐져 발생한 것이므로 이씨와 회사는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숨진 경비원 이씨에 대한 위자료 1500만원, 배우자 500만원, 두 자녀에 250만원 등 총 2500만원을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최근에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모욕적인 말을 뱉고 차량 통행을 방해한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조국인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D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해당 아파트 주민이 아닌 D씨는 2019년 5월 자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를 지나 다른 곳으로 가려했으나 경비원이 차단기를 열어주지 않자 경비원에게 "네가 얼마나 잘나서 이런 아파트에서 근무햐냐. 급여도 쥐꼬리만큼 받으면서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냐"며 모욕하며 때릴 듯이 달려들었다. 이후 아파트 정문에 차량을 1시간 동안 방치해 통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범행을 부인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해 반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조계 "형사처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모두 가능"

전문가들은 우이동 아파트 사건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모두 가능하다고 봤다.

압구정 아파트 사건에서 유족 측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했던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우이동 아파트) 가해자에게 형사와 민사책임을 둘다 물을 수 있다"며 "형사는 폭행, 그것도 단순히 때린 게 아니라 피해자가 다쳤고 고의도 있어 보이기 때문에 상해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폭행 이후 경비원에 대한 협박을 계속했기 때문에 협박죄도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가 단순히 폭행하고 나서 고인이 바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괴롭혀서 고인을 극심한 고통에 이르게 한 것이기 때문에 자살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법리적으로 가해자는 고인의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돈을 많이 준비해놔라', '고소했다'고 말한 것도 협박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고소하는 건 자유지만 그 권리의 행사가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고지를 했다면 협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하나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도 "경비원에 대한 지속적인 폭행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가해자는 그 부분에 대한 법적책임은 당연히 져야할 것"이라며 "폭행의 빈도, 방법 등을 생각하면 매우 중하게 처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피해자가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이 형량을 따질 때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소가 자신의 법적인 정당한 권리라고 하더라도 여러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협박의 의사가 느껴지면 협박죄로 의율이 되기도 한다"며 "특히 경비원은 입주민이 고소를 하면 당연히 근로자로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협박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책임이 인정되면 당연히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져야한다"며 "폭행과 괴롭힘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부분에 대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직 판사도 위자료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사실관계에 따라 인정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재경지법의 부장판사는 "강요나 협박, 정신적·육체적 가혹행위로 인해 정신적 불안상태가 가중돼 그게 방아쇠가 돼 자살을 결심했다면 그것도 인과관계라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자살에 이를 때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가해자의 행위가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데 얼마나 큰 동기가 됐는지, 가족관계나 건강 등 다른 상황은 어땠는지, 이전에 정신적 불안 소인이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행이 있었기 때문에 배상책임은 인정될 것 같다. 다만 상대방(가해자)이 책임질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책임제한의 문제가 생긴다"며 "사람이 정신적으로 몰리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객관적으로 봐도 그 정도에 이를 정도로 폭행협박을 해왔다면 적어도 일부는 가해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일부가 얼만큼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해배상이라는 건 결국 배상액을 계산해야하기 때문에 안타깝더라도 이것저것 따질게 많아진다"며 "개인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판결은 사후적 조치에 불과…경비원 '갑질피해' 대책마련 시급

가해자 입주민에 대한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 인정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진보정당 등 105개 노동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추모모임은 입주민 B씨를 폭행 혐의 등으로 서울북부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 또는 한 아파트의 문제가 아니라며 가해자 엄벌과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고령 경비노동자의 죽음이 아니다"라며 "이 시대 취약계층 감정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주택주택관리사협회도 13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70%가 넘게 거주하는 공동주택에서 일부 입주민과 외부인의 경비원·관리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폭력으로 사회적인 비극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갑질과 폭력 등으로부터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률의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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