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정치 정치
70장짜리 '靑선거개입' 공소장 3장 요약공개 …"국민 알권리 침해"
  • 윤해영 기자
  • 승인 2020.02.05 01:05
  • 댓글 0

 


법무부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13명의 공소장 원본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70페이지에 달하는 공소장 중 법무부가 제공한 요약본은 단 3페이지에 불과했다.

법조계에서는 국회에서 법적 근거를 두고 요청한 자료를 법무부 훈령을 들어 공개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로 대표된 국민의 알 권리를 도외시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청에 대해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소장 원문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소제기 이후에도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돼선 안 된다고 부연했다.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가능성도 고려됐다.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 원본은 70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장에는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목적으로 청와대 및 여권 핵심 관계자들이 하명수사와 선거공약 설계, 당내 경쟁자 제거 등에 개입한 정황이 상세하게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소장 제출을 요청한 국회의원들에게는 원문 대신 피고인 개개인의 혐의 내용만 3쪽 내외로 간략하게 적은 자료만 제출됐다. 서울중앙지검이 기소 당시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언론에 공개한 내용과 거의 같다.

 

 

 

 


법조계에서는 여권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및 기소가 이뤄지는 현시점에서 정권 관련 사안에 대해 법무부가 갑작스럽게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은 정권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사실 중 정권에 불리한 내용이 있어 공개를 꺼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공소장 공개는 국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청와대의 불법 선거 개입이 있었는지, 검찰의 수사권 남용인지 국민들이 1차적으로 평가를 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의 다급한 심정이 이해는 가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 형사사법이나 국가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라며 "모범을 보여야 할 청와대와 법무부가 앞장서 일관성을 깨고 정권 실세와 관련된 일에는 예외를 계속해 만들어나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현 정부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이 시점에서, 정권 관계자들이 대거 연루된 이 사건부터 피고인 권리를 주장하며 공소장 비공개한다는 점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공소장을 요청한 근거 법령인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대한 법률'보다 하위인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비공개를 결정한 것은 상위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규정은 조국 전 장관 재임 중인 지난해 12월 추진돼 만들어졌지만 이 규정을 근거로 공소장 비공개가 이뤄진 것은 시행 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회에서 법적 근거를 두고 자료를 요청한 것을 법무부가 법이 아닌 내부 훈령을 들어 협조하지 않은 사안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국회가 요청한 사건들은 사사로운 사건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것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시되는 사안"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가 도외시 된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추 장관은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권리로,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밝히며 비공개 결정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범수사가 이뤄지고 있거나 수사 보안을 이유로 검찰에서 공소장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는 있다"며 "하지만 검찰에서 이미 제출된 공소장을 법무부가 비공개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가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당일인 지난달 29일 법무부에 검찰 공소장 제출을 요청했다. 대검은 익명화를 마친 공소장을 이튿날인 30일 법무부에 제출했지만, 법무부는 6일째가 된 이날까지 제출을 미루다 원본 비공개 방침을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장시간 회의 끝에 비공개를 결론을 내렸고 이를 대검에 통보했다. 법무부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으나 추미애 장관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강력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충분한 논의를 거쳐 내린 결론"이라며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검찰개혁 방안을 실제로 지켜서 운영하자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공소장 국회 제출 규정을 15년만에 처음으로 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처음인지 아닌지 여부보다, 기존 관행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충분한 검토를 통해 관행을 바꾸고자 비공개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오늘의 주요뉴스
'수출용 진단키트 이름 독도로 하자' 日외무상
'수출용 진단키트 이름 독도로 하자' 日외무상 "매우 불쾌"
정총리
정총리 "상황 여전히 엄중…사회적 거리두기 지속할 수밖에"(종합)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