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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 쌍둥이, 축복인가 재앙인가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로 금기를 넘었다
  • 이상진
  • 승인 2018.12.0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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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특정 유전형질을 잘라낼 수 있습니다. 출처:Ffotolia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특정 유전 형질을 잘라낼 수 있습니다. 출처: fotolia

최근 중국에서 '디자인된' 쌍둥이가 탄생했다는 소식으로 학계가 떠들썩합니다. 크리스퍼 유전가가위 기술로 아기들의 유전자를 HIV 바이러스에 저항성이 있도록 편집했다고 합니다. 중국 유전공학자인 허젠쿠이 중국 선전남방과기대 교수는 홍콩에서 열린 인간유전체교정 국제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HIV 바이러스 면역 유전자 형질을 가진 여아 쌍둥이가 무사히 태어났다고 하는데요. 이름이 루루와 나나라고 하는군요. 허젠쿠이 교수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에이즈 보균자여서 이번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He Jiankui 교수는 HIV바이러스가 세포로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종의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출처:pixabay

허젠쿠이 교수는 중국에서 불임 치료를 위해 일곱 쌍의 배아를 변경했습니다. 그의 목표는 HIV 바이러스가 들어갈 수 있는 세포의 출입문에 자물쇠를 채워 HIV 바이러스 감염 자체를 막으려는 것이었습니다.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방법을 썼다는군요.

 

학계, '출렁'

 

이 소식에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습니다. 대표적인 인사로는 미 하버드대학교 George Church 교수 등이었습니다. 그들은 질병에 저항력 있는 아이를 탄생시키려는 중국 유전공학의 '선의의 의도'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서양 격언으로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이라는 말이 있죠. 이번 유전 공학 연구 결과에 비춰봐야 할 말인 듯한데요.

 

새로운 우생학의 출현

 

개선된 인간, 편집된 인간, 우등한 유전자 형질의 유전. 어디서 많이 들어보신 말 같지 않나요? 나치 독일이 아리아인의 뛰어난 유전자를 퍼뜨리고 유대인들을 핍박하기 위해 퍼뜨렸던 프로파간다입니다. 

 

어디 나치뿐인가요? 나치와 맞서 싸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에서도 20세기 초중반까지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불임 수술이나 거세 수술이 자행됐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이 1920년에 제도화하고 1970년까지 시행한 '단종법'입니다. IQ 검사에서 일정 수준의 점수가 나오지 않는 사람에게 불임 수술을 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200만 명이 넘는 지적장애인과 일정 점수 이하의 사람들은 불임의 대상이 됐습니다.

 

수백만의 유대인들이 나치의 홀로코스트로 학살됐습니다. 출처:fotolia
수백만 명의 유대인들이 나치의 홀로코스트로 학살됐습니다. 출처: fotolia

20세기 대륙을 가리지 않고 성행했던 우생학은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겪고도 공공연하게 행해지다 미국에서 단종법이 위헌 판결을 받은 뒤에야, 대중들에게 이름만 들어도 소름끼치는 단어로 조금씩 인식됩니다.

 

유전자 편집, 어디까지 허용해야?

 

이웃님들은 유전자 편집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적혈구 빈혈의 치료 정도는 가능한가요? 청각 장애의 가능성을 유전적으로 없애버린다면요? 그럼 뒤늦게 발병할 심장병 예방을 위한 유전자 조작은요? 우수한 지능이 결핍된 유전자를 조작하는 건 꽤 괜찮은 아이디어인가요?

 

 

1997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의 주인공은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태어난 인물입니다. 그는 취업과 결혼에 있어 차별 받고, 심지어 꿈 꿀 기회도 박탈 당합니다. 경사면의 끝에는 대부분 인정하기 싫은 디스토피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과 삶에서 잡을 수 있는 여러 기회들, 우연히 일어나는 아름다운 사건들이 모두 사라지고 유전적 혈통에 의해 결정론적으로 통제되는 사회의 모습 말입니다.

 

1970년대에는 체세포 유전자 조작을 시작했습니다. 체세포를 통한 유전자 조작은 편집된 유전자 형질이 후손에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없었죠. 하지만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식 세포 유전자에 대한 조작은 윤리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종의 불문율 같은 영역이었는데요. 생식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하면 후대에 바뀐 유전자가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을 이어온 불문률이 최근 중국에서 태어난 루루와 나나 쌍둥이 연구로 깨지게 된 건데요. 이 두 명의 아이가 성장해 자녀를 낳으면, 그 자녀도 HIV 바이러스에 면역을 가진 유전자 형질을 물려받게 됩니다. 

 

나를 나답게 하는 유전 형질이 배제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누가 할 수 있을까? 출처:fotolia
나를 나답게 하는 유전 형질이 배제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어디에도 없다. 출처: fotolia

허젠쿠이 교수의 발표는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중국 당국은 즉각 조사에 들어갔고, 선전남방과기대에 있는 허 교수 연구실은 차압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쉬난핑(徐南平) 과학기술부과기부 부부장은 "만약 이번 연구에서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태어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분명한 규정 위반이며 중국 관련 법과 규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참고자료##

 

John Evans, A Scientist Explains Why The Alleged CRISPR Babies News Is More Shocking Than You Might Realise, SCIENCEALER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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